[돈과 시간 3] 파도가 아니라 바람
밀턴 ·
앞 글에서 수익률은 절대 숫자가 아니라 위치라는 데까지 왔다. 그 위치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얼마가 되는지, 그리고 그 차이를 어디서 만들어야 하는지가 이 글의 주제다.
1. 2%의 무게
수익률은 곧 시간의 가치다. 연 5%를 벌었다는 것은 1년이라는 시간의 가치가 5%였다는 뜻이다.
여기에 중요한 성질이 하나 있다. 시간의 가치는 선형이 아니라 지수적으로 작용한다.
연 5%를 10년 쌓으면 총 수익은 50%가 아니라 63%다. 20년이면 100%가 아니라 165%, 30년이면 150%가 아니라 332%, 50년이면 250%가 아니라 1,147%가 된다.
이것이 복리다. 수익이 수익을 낳고 그 수익이 다시 수익을 낳는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격차는 점점 더 빠르게 벌어진다.
크게 이길 필요도 없다. 1억으로 30년을 굴린다고 하자. 연 8%면 10억, 연 10%면 17억, 연 12%면 30억이 된다. 2%를 더 벌면 30년 뒤 13억이 붙고, 2%를 덜 벌면 7억이 사라진다.
임대업에서 이 2%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공실 기간이 한 달 짧아지면 연 수익률이 움직인다. 공과금 누수와 중복 청구를 잡으면 또 움직인다. 시세를 놓치지 않고 갱신하면 또 움직인다. 하나하나는 몇십만 원짜리 이야기이고, 그래서 대체로 넘어간다.
반대쪽도 같은 속도로 쌓인다. 매년 한 달씩 비는 방, 매달 새는 공용 전기, 정산에서 빠지는 항목 하나. 한 해로는 손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금액이지만, 같은 구조가 30년 반복되면 앞의 계산에서 사라진 7억 자리에 앉는다.
2. 크게 벌고 크게 잃는 것보다
복리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변동성이 복리를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A는 첫해에 20%를 벌고 다음 해에 15%를 잃는다. 산술평균으로는 연 2.5%다. B는 매년 꾸준히 2.5%를 번다. 평균은 같다. 1억으로 시작하면 A는 1.2억이 되었다가 1.02억이 되고, B는 1.05억 수준이 된다. B가 앞선다.
더 극단적으로 보면 성질이 분명해진다. 100만 원이 50% 올라 150만 원이 되었다가 다시 50% 떨어지면 75만 원이다. 산술평균은 0%인데 실제 결과는 마이너스 25%다. 오르내림 자체가 복리를 파괴한다.
임대업에도 같은 함정이 있다. 무리하게 빚을 키워 한 해 수익을 끌어올렸다가 금리나 공실 한 번에 되돌려놓는 경우, 전면 공사로 임대료를 점프시켰다가 회수 기간 내내 공실을 길게 끄는 경우가 그렇다. 평균으로 보면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실제로 남는 돈은 적다.
그렇다면 꾸준히 1~2%를 더 버는 것은 쉬운 일인가. 그렇지 않다.
월가에는 최고 수준의 인력이 모여 있다. 수학 전공자와 물리학 박사가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며 매일 시장을 분석하고, 가장 빠른 정보와 가장 좋은 도구를 쓴다. 그런데도 15년 이상 장기로 보면 대부분의 액티브 펀드가 시장 지수를 이기지 못했다. 어떤 조사에서는 90% 이상이 미달했다. 전문 인력과 대규모 자본을 갖춘 쪽도 꾸준히 1%를 더 버는 데 실패한다는 뜻이다.
3. 파도가 아니라 바람
그렇다면 꾸준히 앞선 자산은 없었는가. 있었다.
1980년부터 2020년까지 나스닥은 S&P 500을 장기적으로 앞섰다. 중간에 닷컴버블이 있었고 원금을 오래 회복하지 못한 구간도 있었지만 40년 성과는 나스닥이 우세했다. 이유는 종목을 잘 골라서가 아니다. 같은 기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갔고, 저금리에서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가 커지므로 성장주가 유리하다. 매년 시장과 싸워 이긴 것이 아니라 40년짜리 바람을 등지고 간 결과였다.
한국에도 같은 사례가 있다. 1970년대의 강남은 논밭이었다. 이후 40년간 그곳의 아파트 값은 크게 올랐다. 그 흐름을 논리적으로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만 많은 사람이 귀납적으로 알아챘다. 주변의 판단, 사회가 변하는 감각,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믿음을 따라 베팅했다.
복리의 실제 조건은 여기에 있다. 매년 시장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임대업으로 옮기면 질문이 바뀐다. 다음 달 임대료를 5만 원 더 받는 방법이 아니라, 앞으로 20년 동안 이 지역과 이 평형에 사람이 계속 들어올 것인가가 결과를 결정한다.
귀납에는 한계가 있다. 흐름을 알아챘다는 것은 이미 시작된 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1997년에 알아챈 사람은 크게 벌었고 2008년에 알아챈 사람도 있었다. 올해 알아챈 사람은 판단이 어렵다. 흐름이 남았는지 끝났는지 알 수 없다.
영화 관상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의 얼굴만 보았을 뿐 시대를 보지 못했다고. 파도만 보았고 그 파도를 만드는 바람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매일 바뀌는 시세와 매년 바뀌는 수익률이 파도라면, 그것을 만드는 금리와 인구가 바람이다.
그래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지난 40년간 불었던 바람은 지금도 불고 있는가, 아니면 방향이 바뀌고 있는가. 다음 글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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