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시간 2] 무엇이 자산인가
밀턴 ·
앞 글은 가만히 있는 자본이 소멸한다는 데서 끝났다. 그렇다면 무엇을 들고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잘 들고 있는지는 무엇으로 아는가.
1. 작은 실패를 막으면 큰 붕괴가 온다
경쟁이 없으면 편해진다. 문제는 그 편함의 청구서가 한꺼번에 온다는 것이다.
봉건제에서 왕은 왕이고 영주는 영주였다. 능력과 무관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경쟁 없는 권력은 부패한다. 삼국지연의의 첫 문장, 오래 나뉘면 반드시 합쳐지고 오래 합쳐지면 반드시 나뉜다는 표현이 그 순환을 요약한다. 대가는 작지 않았다. 삼국지의 배경이 된 시기에 중국 인구는 5천 6백만에서 천 6백만으로 줄었다. 70% 이상이 사라졌다.
자본주의는 반대로 설계돼 있다. 경쟁에 진 회사는 망하고 투자자는 손실을 보며 구조조정이 일어난다. 고통이 없지 않다. 그러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해도 미국이라는 체제는 유지됐다. 실패한 부분만 교체되고 전체는 계속 굴러간다. 작은 실패를 허용해서 큰 붕괴를 막는 구조다.
건물도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작은 실패를 계속 받아들이는 건물이 있다. 누수는 번지기 전에 잡고, 설비는 수명이 오기 전에 바꾸고, 임대료는 시세를 따라 조금씩 움직이고, 안 나가는 방은 조건을 고쳐 다시 내놓는다. 매달 성가신 일이 생기지만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반대쪽에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 몇 년 동안 고친 것이 없고 임대료도 그대로다. 비용이 안 나가니 수익률도 좋아 보인다. 그러다 한 번에 온다. 전면 공사, 긴 공실, 기준에 못 미쳐 밀려나는 시세.
미룬 일은 사라지지 않고 이자를 붙여 돌아온다. 누수 한 곳을 미루면 다음에는 벽과 바닥이 함께 오고, 갱신 한 번을 넘기면 다음 협상은 두 배 폭을 요구해야 한다. 매년 조금씩 청산하느냐,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치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완전한 안정이 오히려 전부를 무너뜨리는 구조는 국가 단위에서도 반복됐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흔히 그 사례로 꼽힌다.
2.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들고 버텨야 하는가. 자산이라는 말부터 너무 넓게 쓰인다.
출발점은 소비와 자산의 구분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면 5천 원이 나가고 커피가 온다. 거래는 그 순간 끝난다.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것이 소비다.
채권은 다르다. 100만 원을 내고 1년 뒤 105만 원을 받는다. 1년이 지나야 거래가 완성되고, 그 시간 동안 5만 원의 가치가 생긴다. 이것이 자산이다.
그래서 자산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자산 = 구매력 × 시간
시간이 지나면서 구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자산이다. 기준은 두 가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매력이 늘어나는가. 현금흐름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합리적 기대가 있는가.
이 기준에서 임대용 건물은 교과서적인 자산이다. 매달 임대료가 들어오고 그 흐름이 곧 시간의 가치다. 채권의 이자와 구조가 같다.
다만 건물 전체가 자산인 것은 아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항목이 갈린다. 매달 돈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있고, 값이 오르기만 기다리는 부분이 있고, 그냥 나가기만 하는 부분이 있다. 세를 놓지 않고 창고로 쓰는 공간, 나중에 쓰겠다고 미뤄둔 층이 그렇다. 면적은 자산으로 잡히지만 시간의 가치는 0이다.
지금 비어 있다고 전부 같은 것은 아니다. 두 번째 기준이 여기서 쓰인다. 공사 일정이 잡혀 있고 다음 계절에 세를 놓을 공간은 지금 현금흐름이 없어도 발생할 합리적 기대가 있으니 자산으로 볼 수 있다. 배당을 주지 않는 성장주를 자산으로 볼지 판단할 때와 같은 기준이다. 반대로 몇 년째 계획만 있는 공간은 기대가 아니라 희망이다.
3. 수익률 5%는 무엇에 비교한 숫자인가
올해 수익률이 5%였다고 하자. 잘한 것인가. 비교 대상이 없으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기준은 물가다. 물가가 3% 올랐으니 5%면 실질로 2% 남았다는 계산이다. 이 기준에는 두 가지 약점이 있다.
첫째, 물가 자체를 정확히 재기 어렵다. 10년 전 스마트폰은 50만 원이었고 지금은 100만 원이다. 물가가 100% 오른 것인가. 두 물건은 같은 물건이 아니다. 성능이 좋아져서 오른 부분과 순수하게 값이 오른 부분을 나누기 어렵다.
둘째, 범위가 좁다. 소비자물가는 소비자가 사는 물건의 값이다. 경제에는 투자도 있고 수출도 있고 정부 지출도 있다. 물가만 이기면 된다는 판단은 경제의 일부만 보는 것이다.
대안은 명목 GDP다. 한 해 동안 그 나라에서 이루어진 모든 경제활동의 합이고, 물가 조정을 하지 않은 값이라 실제로 얼마나 거래됐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명목 GDP가 5% 커졌는데 내 자산이 3% 늘었다면, 전체 파이가 5% 커지는 동안 내 몫은 3%만 커진 것이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었다는 뜻이다.
다만 명목 GDP와 자산시장이 늘 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사이에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저축성향, 곧 돈이 소비 대신 자산시장으로 얼마나 흘러가는가다. 저축이 늘면 자산시장은 경제 성장보다 빠르게 오르고, 줄면 반대가 된다.
임대업으로 옮기면 기준이 여러 겹으로 쌓인다. 물가, 명목 GDP, 대출 금리, 그리고 같은 동네 같은 조건의 시세.
가장 냉정한 기준은 마지막이다. 주변이 8% 오르는 동안 5%를 올렸다면 숫자는 플러스지만 위치는 뒤로 밀렸다. 반대로 주변이 2% 빠지는 동안 유지했다면 그 해는 잘한 해다.
수익률은 절대 숫자가 아니라 위치다. 올해 숫자를 무엇과 비교하고 있었는지부터 적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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